연기처럼 날아가라 - 신수진

연기처럼 날아가라

 

신수진 (사진심리학)

 

예술이 감동적인 것은 한 인간의 삶이 그 안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가들은 누구와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치열한 삶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꿈꾸고, 예술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닿지 못한 저 먼 곳의 자유를 그들에게서 발견하고 싶어 한다. 진정성은 자유할 수 있는 자만의 것이다.

 

우리는 자주 자유를 갈망한다. 무엇으로부터랄 것도 없이 떠나는 것을 꿈꾸곤 한다. 그러나 막상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나면 익숙했던 것들의 부재로 인해 다시 고통 받는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완전한 자유는 완전한 포기로부터 잉태된다. 자유가 어려운 것은 곧 포기가 어려운 것이다.

 

김영갑은 완전한 자유를 위해 자신의 생을 헌신하였다. 그는 1957년 부여에서 태어나 1985년부터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오로지 사진을 만드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살았다. 2005년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진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일체의 경제 활동을 거부하고 일상적인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자신의 사진에 쏟아 부었다. 성실한 수도자와도 같이 그는 자신의 일상적 즐거움을 오로지 사진을 찍기 위한 시간으로 조율해 나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사진만을 위해 자신의 감정이 흐르기를 바랐다.

 

김영갑이 생전에 작업했던 마라도 연작이 새롭게 정리되어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제주도를 찍은 그의 사진이 대부분 중산간 지역의 자연을 컬러로 담았던 것에 비해, 이번 마라도 사진은 흑백으로 촬영되었을 뿐 아니라 인물들도 등장 한다. 사람이 주인공인 그 사진들에는 둘레가 2km 남짓한 작은 섬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사건들이 담겨져 있다. 무인지경의 작품에 익숙해서 인지 그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다소 낯설지만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물로 나간다. 김영갑의 신작 아닌 신작, 마라도에선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우리를 압도한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바람에 흘러 다니는 구름과도 같다. 돌풍이나 풍랑이 일상처럼 삶을 지배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존재감으로 사진에 등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마라도라는 끝 섬, 제주도와는 또 다른 극한을 요구하는 곳에서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생명을 상징한다.

 

그들은 평범과 비범의 구분을 벗어나 있다. 도시의 안락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힘겨운 자연에 자신을 의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도에서 김영갑은 자연에 대한 경외 이상으로 인간에 대한 존경심을 찾은 것 같다. 마라도 사람들은 자연에 갇힌 자가 아니라 자연과 동질적인 자로 묘사되었다. 그들의 일상은 오랜 시간 자연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며 얻게 된 생존의 방식이다. 그것은 갇힌 존재가 어떻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지, 일상의 반복으로도 어떻게 자유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영갑의 마라도가 귀한 것은 그 안에 바람이 있고, 바람에 생명을 실은 인간이 있으며, 순응으로 얻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순리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바람과 자유에 자신을 헌신하는 아름다운 삶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