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8월에 문을 연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2012년 8월 13일부터 연말까지 그가 남기고 간 필름에서 찾은 ‘바람’을 만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바람>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미술관 전관에서 평생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김영갑 선생님의 작품을 통해 제주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한라산은 일년 내내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크고 작은 바람은 온갖 생명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사람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어느 하나에 진득하니 몰입하지 못하고 방방곡곡 바람처럼 떠돌았다. 내 안에서
부는 바람을 어쩌지 못해 전국을 떠돌다가 바람 타는 섬, 제주에 정착했다. 제주의
바람에 홀려 20년 동안 바람을 쫓아다녔다. 동서남북, 섬 중의 섬, 바람 지나는
길목에서 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처럼 풀처럼 시련을 온몸으로 견디며
세상을, 삶을 느끼려 했다. 아니 제주도를 이해하려 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시련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자갈밭에 씨 뿌리고 거두어도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던 제주 사람들의 생명력을,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헤아릴 수 없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눈, 비, 바람에 시달리며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나무와
풀을 지켜보며 강인한 생명력을 닮으려 했다.
<바람에 실려 보낸 이야기> 중에서, 김영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