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13 글쓴이:최충언님
두모악
2011-07-30

글쓴이:최충언님 | 날짜:2004-08-13

 

감사 드리며...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 송도에 있는 마리아수녀회 구호병원 외과의사입니다.

8월 7일 휴가차 제주에 가족들과 같이 갔지요. 김영갑갤러리에 들른 것은 저희에게 크나큰 즐거움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지요.

어제 아침 님의 포토에세이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다 읽었지요. 님의 삶과 사진예술에 대한 고집(?)과 자연과 제주를 사랑해 들판을 다녔을 님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지요.

제가 근무하는 구호병원은 말 그대로 자선병원입니다. 마리아수녀회 창설자이신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님과 같은 ALS로 모든 치료를 거부하시고 딸인 수녀님들의 보살핌 속에 92년도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지요.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셨지요.

같은 병으로 투병중이신 님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해야겠군요. 갤러리를 둘러보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감탄이 절로 나왔고 좋은 추억이 하나 생겼지요. 님의 책을 샀지요. 여직원이 현관 옆 방으로 들어가길래 저도 얼떨결에 따라 들어 갔지요. 저는 간단히 목례만 어정쩡하게 한는사이 님께서는 책에 자필서명을 해 주셨지요.

"안녕하셔요?" 이 한마디를 못 했습니다. 저는 루게릭 병이 어떤 병인지 좀 알지요, 돌팔이 의사지만요^^ 내가 인삿말을 건네면 님께서는 답인사나 손을 들어 올리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셔얄텐데, 그 단순한 동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인사말이 목구멍에 걸려 버렸지요.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저도 작년에 시민단체에 루게릭 병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지요. 우리나라에게는 희귀병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 그 분들의 삶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요. 페리 코모가 불렀던 Killing Me Softly With Her Song이라는 노래처럼 루게릭 병은 부드럽게 그러나 잔인하게 아주 천천히 죽음으로 다가가는 병이지요. 스티브 호킹박사나 <모리와 함께 쓴 화요일>의 모리교수, 알로이시오 신부님, 또 제가 보았던 환자분 그리고 김영갑님... 모두 루게릭 병으로 고생하셨군요.

2박3일이었지만, 14년만에 찾아간 제주도는 님의 갤러리가 있어 저에게 자연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심어 주었지요. 님께서 건강을 회복하시길 빌며, 다음에 제주에 갈 때 꼭 뵈었으면 합니다. 요즘처럼 절망의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언제나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겠지요. 평화를 빕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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