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9/ 3/28] [제현정의 내 인생의 책]⑤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위로와 구원의 사진

중학생 시절 만났던 국어 선생님은 30년이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손 글씨로 적은 시와 직접 찍은 풍경 사진을 보내주시곤 했다.

나는 그분의 소중한 선물을 사무실 내 자리에 붙여놓고 마음의 작은 안식처로 삼았고. 어느 날, 퇴직 후 수필을 쓰시는 선생님이 <김영갑>이란 책을 선물해주셨다. 작가로부터 ‘위로’와 ‘구원’을 받은 선생님과 다른 분들이 루게릭병으로 작고한 김영갑 작가 5주기를 기리기 위해 쓴 글을 모은 책이었다.

자연스레 작가가 펴낸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눈길이 갔다. 그는 20년 동안 제주도 전체를 촬영장 삼아 그곳의 바람, 정서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사진에 담았다. 작가 스스로 “외로움과 평화를 찍었다”는 사진들을 처음 보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감동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을 담았기에 시각이 아닌 육감으로 다가오는 제주도 스토리와 작가가 들려주는 그곳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김 작가는 머릿속에 미리 그려놓은 풍경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황홀한 순간을 위해 같은 장소를 수없이 찾아가고 또 기다렸다. 그랬기에 셔터 한 번을 누르기 위해 그렇게 아파한 시간이 사진을 보는 이의 영혼을 일깨웠으리라.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고정된 이미지와 색깔을 프레임에 담으려는 사람이 타인을 구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진은 나 자신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엄격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김영갑 작가의 작품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제주 서귀포의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을 찾아가 보련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