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충청투데이 2014/06/27] [이규식 문화카페] 부여사람 김영갑, 제주를 찍다

 

 

부여에서 출생, 홍산중학을 졸업한 김영갑(1957~2005)은 서울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마친 뒤 제주로 간다.

 

처음에는 잠시 머물 요량이었으나 제주의 자연과 풍물, 독특한 정서는 결국 평생 거기에 눌러 앉게 만들었다. 제주땅을 누비며 해녀, 억새, 오름, 바다를 비롯하여 그가 관심을 기울인 대상물은 고스란히 필름에 담겨 새로운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마른 체구에 꽁지머리 휘날리며 카메라를 메고 곳곳을 누비다보니 간첩으로 오인, 검문을 받기 일쑤였고 아이들은 가수인줄 알고 사인을 청하기도 하였다. 그 사이 23차례 사진전을 열었고 사진과 글을 함께 엮은 감성에세이집도 여러 권 펴냈다.

대체로 외지인을 경원시하며 배타적인 제주도민의 정서가 이런 열정적인 김영갑의 제주사랑을 이해하는 사이 폐교된 삼달초등학교에 갤러리를 만들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라는 공간은 작가의 쉼터이자 작업, 전시공간이 함께 자리 잡았는데 2005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주인 잃은 카메라와 작업도구만이 독특한 전시작품과 함께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어느 날 카메라를 들기 힘들고 셔터를 누르는 감각이 예전 같지 않은 징후를 발견한 뒤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리 오랜 세월이 소요되지 않았다.

충남출신이 제주에 정착하여 원주민보다 더 제주의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속살을 더듬으며 영혼의 교감으로 사진작품을 제작했던 김영갑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추모한다.

좁은 국토에서 출신지역, 고향을 따지고 가르는 사이 소모적인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는 이즈음 연고 없는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앵글에 비치는 제주의 삶과 자연을 그대로 사랑했던 김영갑의 열린 예술혼은 여러 교훈을 준다.
 


이규식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 학장·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