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던 교실은 전시공간으로, 뛰놀던 운동장은 정원으로 변신

두모악에는 박 관장을 포함해 6명이 근무한다.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는 입장료, 아트샵, 무인 찻집 등에서 얻어지는 수입으로 충당한다. 폐교 임대료는 비싸지 않다.
“2006년 2월 24일 미술관으로 등록하고 11월부터 입장료를 받았어요. 초창기 관람객은 평균 30명 미만이었는데 요즘은 평균 250여명 정도, 최고 700명이 넘을 때도 있어요. 저를 포함해 모두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어린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전시공간으로 뛰어놀던 운동장은 정원으로 꾸며진 두모악. 특히 두모악 정원은 제주의 중산간 모습으로 꾸며졌다는 것이 박 관장의 설명이다.
“삼촌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제주도 중산간을 돌아다니며 촬영했고, 나무· 돌담 등 사진 속에 있는 중산간 모습 그대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명상과 힐링을 주제로 했고, 이 공간에서만큼은 혼자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답니다. 또 무인 찻집은 혼자 오는 관람객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2009년 만들어졌어요. 인기가 좋습니다.”

박 관장은 두모악 책임을 맡으면서 마을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생각했단다. 두모악이 있는 성산읍 삼달리 마을에는 1960~1980년대 건물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마을 자체가 자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고, 이를 이용해 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밀감 저장고인 곳간을 이용한 ‘곳간 쉼’이었다.

“옛 건물을 활용해 마을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려 주민들을 설득했지만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중 2009년도에 일본 출장을 다녀왔는데, 갔다와보니 운치 있던 마을회관이 허물어지고 새 건물로 변해있더군요. 다급해져서 밀감저장고라도 활용해 보자 했어요. 그것이 ‘곳간 쉼’이에요. 제주에는 밀감저장고가 많은데 1년에 8개월은 비어있어요. 4개월 동안만  사용하죠. 쉬고 있는 곳간을 활용해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주차장도 두모악 안에 있었는데 지금은 밖으로 뺐습니다. 좀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 갤러리까지 걸어오면서 마을 곳곳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처음에 주민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해해 주십니다.”

‘곳간 쉼’은 2010년부터 계속돼 오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마을에는 풍력발전소가 들어서 있고 때문에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그래서 주민들은 굳이 이런저런 일들에 호응이 없다. 이에 박 관장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 ‘곳간 쉼’도 운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계속 노력해 보려한단다.

“앞으로 두모악이 미술관 역할도 하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유명 작가보다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를 유치해 성장할 수 있도록 힘도 보태드리고 싶고요. 특히 2015년이면 김 작가님 사망 10주기에요. 10주기 전시회 준비도 차근차근 해 나갈 것입니다. 그 때는 곳곳을 순회하며 해 보고 싶어요.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공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박훈일 관장의 다짐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작은 마을에 사진 미술관 ‘두모악’이 들어서면서 사람들도 시나브로 모여들고 있다. 흉물로 남을 수도 있었던 폐교는 이렇게 제주도민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들러 가는 문화공간이 돼 있다.

이순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