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충무갤러리

제주도에 홀려 제주의 바람을 안고 초원을 떠돌다가 루게릭병으로 2년 전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1957~2005). 그의 미공개 작품으로 꾸며지는 유작전이 오는 14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내 충무갤러리에서 열린다. 근위축성 경화증인 루게릭병은 원인을 알 수 없고, 치료약도 없는 없는 퇴행성 질환. 머리에서 발끝까지 통증에 시달려야 하며 손가락과 발가락 근육이 사라져 뼈만 앙상하게 남는 병이다.

고인은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불편한 몸으로 폐교를 개조해 2002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을 개관하기도 했다. 숨을 거두기 직전 그는 수없이 많이 찍었지만 돈이 없어 인화도 못한 채 보관해오던 필름을 일일이 작품과 파본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번 유작전에는 오름 등 제주 해발 200~500ｍ 중산간 지역의 풍광을 파노라마 방식으로 찍은 40여점의 사진이 나온다.

 
김영갑 작가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월남을 다녀온 형이 카메라를 선물하면서부터. 사진작업이 너무 좋아 끼니 잊기 일쑤였다. 이후 1982년에는 제주의 자연에 매료돼 제주를 오가며 사진을 찍었다. 1985년부터는 아예 제주에 둥지를 틀고, 힘든 생활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렌즈에 담아왔다. 전시를 기획한 충무갤러리 오성희 큐레이터는 “김영갑의 작품은 차분하고 적막한 가운데 자연이 속삭임이 느껴지는 정중동의 미학이 내재돼 있다”고 평했다.

이영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