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매일신문 2006/12/20]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사진전’


제주를 찾는 많은 이들이 눈으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러나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마음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제주 동남쪽인 성산읍 삼달리에 자리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제주의 아름다운 속살을 보고, 느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서귀포에서 성산으로 가는 12번 도로를 따라가다 표선을 지나자 삼달리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좌회전한 후 몇 분 정도 가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나온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 폐교된 삼달초교를 꾸며 만든 갤러리가 아담하고 정겹다.

 

이 갤러리를 만든 이는 2005년 세상을 떠난 김영갑 씨. 1982년부터 서울과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작업을 하던 그는 제주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85년 제주에 정착했다. 그로부터 20년 동안 홀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섬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름과 초원, 바다, 안개, 바람, 하늘과 제주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왠지 모를 쓸쓸함까지 제주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의 사진속에 담겨졌다. 제주의 바람과 물과 햇빛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는 온 몸의 근육이 조금씩 마비되는 루게릭병과 5년 넘게 싸우다 세상을 떠났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자 제주도의 고요와 평화를 담은 김씨의 작품이 벽면에 빼곡이 걸려 있다. 고요한 모습의 오름과 초원을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옛 제주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들은 보는 이들을 추억 속에 잠기게 한다. 작품 하나하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김영갑이 사진에 담은 제주와 오름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다. 그는 근접할 수 없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이 아닌 사람과 친밀한 형상을 보았으며, 그 형상은 우리의 어머니와 땅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오름의 생김생김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져 있어, 마치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 말랑말랑한 질감을 나무의 흔들림과 억새의 미동으로 담아냈다. 만져질 듯 풍요로운 질감뿐만 아니라 거기서 느껴지는 훈기까지 담아냈다.”

 

사진가 김홍희 씨의 글처럼 영혼을 필름에 각인한 김씨의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하다보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새삼 고민하게 된다.

 

“한겨울 칼바람 부는 들녘으로 사람들과 함께 나서면, 시인들은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데 사업가는 감기 걸린다며 서둘러 들녘을 떠나버린다. 시인이 평범한 일상을 언어로써 새롭게 표현하듯, 나도 눈에 익숙해진 평범한 풍경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오랜 시간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다.”

 

생전에 김씨가 한 말을 되새기며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그것을 작품으로 남기고 나아가 갤러리를 찾는 이들에게 감동까지 전하는 김씨는 정말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