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또 다른 매력]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본 세상은 기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대자연이 연출하는 오르가슴이 그렇게 삽시간의 황홀로 찾아오는 곳. 가장 제주다우면서도 전혀 이 세상 같지 않은 풍경을 담고 있는 곳.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제주도의 풍경에 이끌려 20년 넘게 제주도를 필름에 담은 사진작가 김영갑. 불치의 병인 루게릭병에 걸린 뒤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의 폐교를 빌려 가장 제주다운 갤러리를 만들었다.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그이기에 갤러리는 그의 유작이기도 하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바람 냄새가 난다.
휘몰아치는 구름이 범상치 않다.
중산간 오름과 들녘의 풍경은 그림보다 아름답다.
너무도 아름다워 전혀 이 세상 같지가 않다.
정지된 화면에선 역동적인 움직임이 읽힌다.
사진 속 구름이나 바람의 색깔은 감히 인간이 흉내낼 것들이 아니다.
소재는 오름이고 주제는 바람과 구름들이다.

제1전시관 '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제2전시관 '용눈이 오름-바람에 실려오는 이야기들'. 구름 바람 오름 같은 단어만 있을 뿐 설명은 없다.

대자연의 경이에 구태여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테다.
갤러리 안에는 자갈이 많이 깔려 있다.
소리와 습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이라지만 제주다운 풍경의 작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정원은 바람과 돌과 사람을 주제로 가꿔 폐교의 운동장이었다는 낌새를 알아채기 어렵다.
복잡한 일상에 지치고 어지러운 사람들은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맑아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기자도 갤러리에 일상의 짐을 놔두고 왔다.

오전 9시~오후 5시30분 개관. 현재는 따로 입장료가 없지만 곧 미술관 등록을 마치면 3천원 가량 입장료를 받을 계획이다.

064-784-9907. www.dumo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