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루게릭병 사진작가 김영갑씨 24일부터 사진전

“의사의 말대로 나는 매일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하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
그러니 나는 오늘을 치열하게 살 뿐이다”
 

6년째 근육신경이 마비되는 루게릭병과 싸우고 있는 사진작가 김영갑씨(48). 그가 혼신의 힘을 모아
‘김영갑 사진전’을 준비하며 쓴 글이다. 구름이 가르쳐 준 처방대로 지금도 사진에 미치고 제주에
미쳐 있다.
 
김 씨는 24일부터 4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 전시실에서 ‘내가 본 이어도 2’ 사진전을 갖는다. 제주의 신명이 오롯이 담긴 100여점의 사진이 선보인다. 그는 이번 사진전을 ‘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 ‘눈 비 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 두개의 주제로 나눴다.
 

김씨는 1982년 처음 제주도를 봤다. 첫 눈에 반한 짝사랑으로 열병을 앓다 85년 아예 제주에
뿌리를 박았다. 키 작은 야생초와 눈 덮인 오름, 바람을 타는 억새, 눈비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곤충들, 그리고 구름. 그는 제주와 하나가 됐다.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의 폐교를 개조해 ‘두모악 갤러리’를 열었다. 이 곳에는 김씨의 사진과
예술을 아끼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1999년 가혹한 천형이 찾아왔다. 온 몸이 장작처럼
굳어버리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그의 근육은 촛농처럼 녹아 없어지고 있다. 김씨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상으로, 무한히 받아온 따스한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어 사진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곤란하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거나 누워 지낸다.
70㎏이 넘던 몸무게가 40㎏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음식도 겨우 겨우 삼킨다.
 
그는 그래도 제주의 오름을 누비며 사진을 다시 찍을 꿈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통증으로
허덕이는 몸을 이끌고 정원에 나가 걸음마를 연습한다.

강홍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