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사진달력 ‘2005 Poetic Jeju’
지난 20년간 제주 곳곳을 누비며 순간 풍광을 포착해왔던 사진작가 김영갑씨(‘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대표)의 내년도 사진달력‘2005 Poetic Jeju’가 발간됐다.스케치북 크기(가로 430㎜×세로360㎜)의 달력은 김씨가 마치 수행하듯이 제주땅 굽이굽이에서 만난
천연 제주를 열 두 장에 찍어 담았다.그가 찍어왔던 필름만도 한라산을 치마처럼 휘휘 두를 수 있을만큼의 길이라고 할 정도로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구름과 들판, 억새, 한라산과 마라도, 바닷가와 중산간 등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필름을 사기 위해 견뎌야했던 굶주림, 대자연의 신비경을 찍기 위해 중산간에 묻혀살았던 ‘사진수행’에서 그가 얻어낸 결과물이 바로‘파노라마 컷’.5년 전부터 불치병(루게릭)으로 셔터조차 누를 힘이 없고 죽조차도 병아리 물마시듯 기력을
잃어버린 그였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그의 파노라마 컷은 오직 하늘과 오름, 하늘과 숲이 만나 빚어내는 선이 담백하게 자리잡는데, 그러한
그의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가 느꼈을‘일순간의 황홀’이 보는 사람에게 은은하고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때로 붉되 뜨겁고, 혹은 무겁고도 아득하며, 휘황하고 가물가물한 필름형상들이 그의
파노라마 컷 어딘가 뿌리깊은 곳곳에 일렁거리고 있는 것이다.달력은 원본의 색감을 그대로 살린 사진 작품, 단순미가 돋보이는 절제된 디자인으로 사진 효과를
극대화했다. 달마다 사진에 글을 곁들여 작가와 그의 사진예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도서출판 호미, 2만원.
현순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