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악
[경향신문 2003/05/11] 그사람 그후 - 폐교전문 사진작가 김영갑씨

[그사람 그후폐교전문 사진작가 김영갑씨

 

바람부는 날이면 제주도 중산간마을, 성산읍 삼달리 옛 삼달초등학교에 사는 한 사람이 궁금해진다. ‘삽시간의 환상혹은 은은한 황홀을 쫓아 사진에 인생을 건 사진작가 김영갑씨(경향신문 2002731일 보도). 9개월여 만에 그를 제주에서 다시 만났다.

 

김영갑 갤러리’(www.dumoak.co.kr)로 문패를 바꾼 학교에는 운동장 대신 오름과 돌담길이 들어섰고 아이들이 재잘거리던 교실은 깔끔한 갤러리로 변신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갤러리는 전보다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다. 신록에 휩싸인 바깥풍경처럼, 갤러리 앞 운동장에 심어놓은 팽나무에도 연둣빛 잎사귀가 하늘거리고, 돌 틈에는 익살맞은 흙인형이 손님을 반긴다.

 

반년이 넘도록 작업해온 내부 공사가 지난달 말 마무리돼 이달 초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갤러리 입구 나무의자에 앉아 손님을 반기던 김영갑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원이 있는 사진전문 갤러리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갤러리 로비에는 원목으로 만든 받침대에 제주에 머물면서 토우를 빚고 찻잔을 만드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고, 전시실에는 바람과 햇살이 담겨 있는 사진을 걸어두었다. 20년이 넘도록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과 싸워가며 찍어온 사진 7만여점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2년 전 루게릭병으로 더 잘 알려진 근육성 측삭경화증(ALS) 판정을 받은 뒤,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하는 김씨에게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전시다.

 

폐교를 갤러리로 만들기까지 걸린 2년 동안 갖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김씨는 이제 환하게 웃는다. 김영갑갤러리에 가면 제주만의 내밀한 속살과 함께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다. (064)7849907

 

윤민용기자 artemix@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