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봐야할 한국의 '자연미술관' 5 곳

'숲으로 간 미술관'(이은화 지음/아트북스)은 대도시 유명 미술관을 소개한 책이 아닙니다. 저자 이은화 씨는 대신 “고즈넉한 자연에 몸을 기대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느림과 쉼표가 있는 ‘자연미술관’으로 떠나보라”고 권합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미술 평론가인 저자는 몇 년 전 독일의 자연미술관 12곳을 소개한 <자연미술관을 걷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번에는 ‘빛과 바람이 스미는 한국의 자연미술관’ 24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그 중에서 ‘완소’ 미술관 5곳을 뽑아봤습니다. 작가의 글을 함께 읽어보시죠.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전경. (주)아트북스 제공

“치마 앞쪽에는 ‘외진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미술관에서 보기 힘든 참 친절하면서도 겸손한 인사말이다. 구불구불 미로같은 산책로로 이어진 미술관 마당은 다양한 야생화와 나무들로 잘 꾸며져 있어 마당이라기 보단 소박한 정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용눈이4>.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제공

“생전의 김영갑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봄에는 신록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억새 흔들리는’ 작은 제주의 모습을 이렇게 갤러리 마당에 옮겨놓았다. 폐교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니 이 마당은 그 옛날 아이들이 뛰어놀던 시끌벅적한 운동장이었을 게다. 언젠가 김영갑을 두고 ‘제주의 바람을 찍다 간 사람’이라고 표현한 글을 봤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린다고 했던가. 벽에 걸린 그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모두가 한 결 같이 제주의 바람을 품은 사진 같다.”

김영갑 작가의 유해가 뿌려진 감나무. (주)아트북스 제공

“그 나무였다. 정원을 돌아보면서 내내 궁금해서 찾았던 감나무. 불꽃처럼 살다가 훌훌 떠나간 김영갑의 뼛가루가 뿌려진, 혼이 깃든 그 나무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
관람시간: 봄 09:30~18:00 | 여름 09:30~19:00 | 가을 09:30~18:00 | 겨울 09:30~17:00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매주 수요일 휴관)

김영갑(1957~2005): 부여 출생이지만 제주에 매혹돼 1985년부터 아예 삶의 터전을 그리로 옮겼다. 제주의 오름과 바다, 중산간과 한라산, 마라도 등을 매일같이 돌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전업 사진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 그는 늘 가난했고 배가 고팠다. 밥값을 아껴 필름과 인화지를 사야했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고구마나 당근을 서리해 겨우 허기를 면했다. 그러다 사진작가로서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밥 먹고 살 만해질 즈음, 근육이 점점 굳어가는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갤러리 이름은 두모악. 그가 사랑한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 투병생활 6년 만인 2005년 5월 김영갑은 그가 만든 두모악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고 그의 뼈는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48세. | <숲으로 간 미술관> 중에서…

이재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