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김영갑씨 후원음악회

“날마다 사진만을 생각합니다. 사진 찍는 일에 몰입해 홀로 지내는 동안, 그리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내 존재가 잊혀져 갈지라도 사진 작업은 계속될 것입니다.”

온몸의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에 걸려 6년째 투병중인 사진작가

김영갑(47·사진)씨를 위한 작은 음악회가 26일 오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제주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의 폐교된 삼달분교장을 개조해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1985년 제주에 정착한 뒤 제주의

풍광만을 고집스레 렌즈에 담아온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주 풍광에 홀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구입해 작품 활동을 했다는 김씨는 99년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아 힘겨운 투병생활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열리는 ‘두모악 음악회’는 김씨의 갤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를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투병생활 중에도 지난 1월 제주에서의 생활과 작품을 수필로 담아낸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김씨의 근황을

찍은 영상물이 상영된다. 또 시인 이원규(생명평화탁발순례단 팀장)씨와 강덕환씨

등의 시와 편지글 낭송에 이어 김성현, 이철휴, 조정호씨 등의 노래공연이

이어진다. 27일에는 생태기행과 그의 갤러리를 방문하는 행사도 연다.

이번 음악회를 구상한 고재량(39)씨는 “김영갑 갤러리는 제주생태관광 상품의 한

코스가 될 정도로 제주적인 곳”이라며 “갤러리 운영 자체도 힘든 시점에서 같은

지역에 살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 음악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또 “이번 음악회를 계기로 갤러리 후원회 결성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