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영갑 작품 전시, 28일~4월5일 세종문화회관
 
제주 황홀경의 전령사 김영갑(48)이 포착한 ‘대자연의 메시지’가 서울에 전해진다. 1월에 가졌던
‘내가 본 이어도 1-용눈이오름’을 잇는 사진전 ‘내가 본 이어도 2, 3-눈 비 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
구름이 내게 가져다준 행복’이 23일~4월 5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 1.2전시실에서 열리는 것.

‘넘치는 사랑과 기도가 이어진다. 돌려줘야 하는 데 무엇으로? 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대자연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뿐이다. 자연의 순환원리를 생각한다.’(초대글 중에서)

전시작은 제주의 숨결이, 그리고 촛불처럼 사그라져 가는 그의 영혼이 담긴 작품 100여 점.

특히 한 야트막한 오름과 하늘을 담은 작품 40점은 같은 장소임에도 변화무쌍한 제주날씨에 표정을
달리하는 자연의 신비를 잘 보여준다. 또 어부가 기다림 끝에 고기를 낚듯, 원하는 광경을 마주하기
위해 오랜 기다림을 즐겼던 그의 고집스런 예술혼을 방증하고 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김영갑은 “몸은 통나무처럼 굳어가지만 마음은 새털만큼 가벼워 섬
곳곳을 누비고 있다”고 전했다. 말하기도 버거워 턱을 괸 손과 포갠 다리를 바꾼 그는 “평화는
외로움에서 온다”며 “명상을 즐기는 요즘 가없이 평온하고 ‘루게릭’ 병마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자연의 이치를 알 것 같다는 김영갑은 이젠 사람을 찍고 싶단다. 이미 갤러리 두모악 창가엔
해녀사진이 놓여있었다. 해녀의 표정엔 강인함이 아닌 온화함이 묻어났다.

‘불현듯 다가올 것을 믿기에 오늘도 걸음마를 연습한다. 작은 카메라 하나 메고 구름 따라 흐르기
위해 갤러리 마당을 매일 걷는다. 그 고통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옮겨 놓으며, 삶의 봄을 향한 고행을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전시 관련 글 중에서)

봄엔 카메라를 잡겠다던 그의 다짐은 유효했고, 두모악엔 새봄이 살금살금 움트고 있었다.